알지도 못했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7조제4항' 때문에 에어컨 실외기를 실내 베란다에 두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고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실외기는 당연히 실외에 설치하는 줄 알았는데 실내에 두라니... 날은 점점 더워지고 관리사무소와 시청 등에 민원접수와 문의를 해봐도 항상 같은 답변만 돌아오길래 지쳐서 그냥 실내에 설치했습니다.

 

베란다에서 살 것도 아니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가장 걱정되는건 실내에 실외기를 둠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화재사고지요. 실내에 둘 경우 열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온도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실외기가 과열되서 회재발생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방송에도 몇 번 나왔던 소식입니다. 게다가 화초라도 키울라면 더운 실외기 바람에 점점 메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 베란다에는 큰 창문 두 개가 있습니다. 한쪽 창문에는 실외기 바람을 내보내게끔 개폐가 가능한 갤러리창(루버창)이 달려있습니다.
에어콘 가동을 하기 위해 갤러리창을 열면 개폐된 갤러리창의 댐퍼 때문에 창문 다른 한쪽이 걸려서 열 수 없는 구조라 환기가 안됩니다. 그래서 아예 한쪽 창문을 다 열어버리고 그쪽으로 실외기 바람을 내보내는데 평상시야 문제가 없지만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베란다가 흠뻑 젖어버리는 참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갤러리창을 열든 한쪽 창을 다 열든 실외기가 배출하는 뜨거운 바람이 바깥으로 고스란히 배출되지 않고 베란다에 맴도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러다가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그대로 역풍을 맞아 열기가 다시 들어오기도 하지요.

 

 

 

 

그래서 열심히 알아본 결과 찾은 방법이 실외기 덕트 제품입니다. 원통형의 자바라 방식인데 이 제품은 실외기 바람을 통로를 통해 외부로 열기가 나가게 도와주긴 합니다만 갤러리창 전체를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열기배출 후 베란다로 다시 유입되는 열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가격도 구성에 비해 그리 저렴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입맛에 맞는 실내용 실외기 덕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제작될 덕트의 기능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기능을 만족해야 했습니다.

 

1) 실외기가 배출하는 열기를 베란다로 유입되지 않게 갤러리창을 통하여 실외로 온전히 내보낼 수 있을 것
2) 에어컨 가동 유무와 상관없이 갤러리창에 들어올 수 있는 해충이나 비바람 등에 대한 대비가 가능할 것

 

 

 


머리으로 대충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구조를 생각해보고 슥슥 스케치 해본 후 실측을 통해 치수를 확정합니다. 그런 다음 나름대로 설계도를 꼼꼼히 작성합니다. 그래야 제작단계에서의 오차나 실수를 줄일 수 있지요. 이런 설계도에는 스케치업(sketchup)이 최고의 툴인듯 합니다.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필요한만큼 원하는대로 나와주었네요. 갤러리창 전체를 그냥 완벽히 덮어버리는 형태입니다.

설계도는 그렇다치고 어떤 재료로 만들지가 고민이었습니다. 함석, 아크릴, 포맥스, 알루미늄 프로파일 등에 대해 가공성과 가격을 따져봤지만 나무합판만한게 없습니다. 설계도 대로 인테리어 쇼핑몰에서 재단주문을 해왔습니다.

 

 

 

 

4.5mm와 9mm 두께의 합판을 사용했습니다. 합판가격은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27,300원이 들었습니다.

 

 

 

 

 

재단이 잘 되었는지 체결하기 전에 대충 가조립을 해봤습니다.

 

 

 

 

외곽틀이 되어줄 네 개의 판재들을 나사못과 꺽쇠 등을 이용해 연결합니다. 판재가 얇기때문에 나무각재를 안쪽에 보강하고 고정시켰습니다.

 

 

 

 

이런식으로 앞에는 각재, 뒤에는 꺽쇠로 튼튼하게 연결합니다.

 

 

 

 

갤러리창에 대충 얹어놔보니 그럴 듯 해보입니다.

 

 

 

 

상판에 열기가 방출될 구멍을 뚫기 위해 치수대로 표시를 합니다. 면적은 에어컨 실외기의 방출구의 크기에 맞췄습니다.

 

 

 

 

직소같은 공구가 없는 관계로 드레멜이라는 다용도 공구에 절단키트를 끼워서 절단을 했습니다.

 

 

 

 

똑바로 절단하기가 쉽지않네요. 거친 절단면을 목공줄과 사포로 다듬습니다. 아.. 발자국이 왜..ㅠ

 

 

 

 

배기통로가 될 합판들을 조립하는데 4.5mm로 얇기때문에 나사대신 목공본드로 붙입니다.

 

 

 

 

상판과 배기통로도 목공본드로 붙였습니다. 상판 우측의 길게 난 홈은 갤러리창의 개폐손잡이에 끈을 달아서 열고 닫기 위한 틈새입니다.

 

 

 

 

상판과 배기통로의 접합부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해 백색실리콘을 발라줍니다. 확실히 실리콘작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요. 창문시공할 때 보면 기술자분들은 손가락 하나로 쓱~ 문데면 깔끔하게 마감이 되는데말이죠. 암튼 실리콘을 바르고 하루정도 충분히 말려줍니다.

 

 

 

 

페인트를 칠하기에 앞서 외곽틀과 상판 모두 젯소를 발라주고 2시간 정도 말려준 후 백색페인트로 두번 칠했습니다. 사진은 젯소만 바른 상태의 사진이네요.

 

 

 

 

칠이 마르는 동안 방충망을 만들어봅니다. 알루미늄 재질의 방충망으로 준비했는데 상판에 부착시키기 위해 배기통로 면적보다 좀 더 여유있게 자릅니다. 잘린 부분이 날카로워 주의가 필요합니다. 짤린 부스러기들이 발에 박히지 않게 신문지 등을 깔고 자르는게 좋습니다. 전 발바닥에 몇 개 박혀서 고생 좀 했습니다.

 

 

 

 

사진처럼 상판의 뒷면에 타카를 이용해서 고정시킵니다. 상판이 얇아 그냥 타카를 박으면 심이 반대편으로 돌출됩니다. 그래서 고무같은 것을 덧대서 박으면 심이 튀어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심보다 넓은 면적을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방충망 창에 사용하는 방충망 고정용 고무가 있어서 그걸 잘라서 사용했습니다.

 

 

 

 

페인트칠하고 방충망을 붙이니 그럴싸해보입니다. 사진상으로는 방충망 구별이 안가네요...

 

 

 

 

이제 상판과 외곽틀을 맞추고 작은 실못을 이용해서 박아넣습니다. 외곽틀의 두께가 9mm에 불과해서 나사못을 박으면 바로 갈라집니다. 실못도 드릴로 약간 구멍을 낸 후에 살살 박았습니다. 그냥 본드로 다 붙여버릴걸 그랬어요..^^;

 

 

 

 

상판을 체결하다보니 예상치 못햇던 난관이... 상판의 치수는 외곽틀과 거의 정확히 맞았으나 네 구석의 각도가 정확히 90도는 아니게 재단되었나봅니다.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네요. 백색실리콘으로 최대한 어긋난 부분을 잘 메꿔줍니다.  실리콘덕에 또 하루를 말려야 하네요. ㅠ

 

 

 

 

Close와 Open 표시를 하려고 레터링시트지를 주문하려했으나 기다리기 귀찮아서 다이소에서 파는 천원짜리 스티커를 사왔습니다. 핀셋으로 조심히 떼서 글자가 삐뚤지 않게 붙여줍니다. 담배끊기를 잘 한것 같습니다..

 

 

 

 

글자까지 붙이니 어느정도 모양새가 나오네요. 이제 전체적으로 바니쉬를 세번정도 발라줍니다. 방수처리를 위해 안쪽에도 칠해야 합니다. 바르고 기다리고...지치고 바르고...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바니쉬가 마르면 완벽한 방수처리를 위해 역시 다이소에서 구입한 김장비닐을 내부면적에 맞게 자르고 배기통로만큼 구멍을 냅니다. 이 비닐이 방충망과 완벽히 접합이 되야 비바람이 들이쳐도 방수역할을 해주기때문에 비닐과 방충망 연결부위를 실리콘으로 덕지덕지 촘촘하게 바릅니다. 역시 실리콘 마를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하네요. 기다림의 연속!!(Feat. 소주병)

 

 

 

 

음.. 이건 빗물이 빠질 배수구 말단 역할을 해줄 녀석입니다. 에센스 화장품 통인데 칼로 입구부분을 잘랐습니다. 뚜껑도 윗부분은 잘라냅니다.

 

 

 

 

배수구로 해충들이 지나다닐 수 있으므로 방충망 짜투리를 조금 잘라서 뚜겅에 씌워주고 나중에 잘라낸 화장품 병입구와 결합시킬 계획입니다.

 

 

 

 

장판으로 덕트 내에 수로를 만듭니다. 상판 내부에 비닐이 있어 기본방수가 되지만 빗물이 들이닥치면 고이지 않고 제대로 흘러내릴 수 있게 길을 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칼집을 내고 접어서 꺾을 수 있도록 재단합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위에서 만든 화장품 병입구가 통과할 수 있도록 구멍을 내줍니다.

 

 

 

 

잘라낸 화장품 병입구가 이런 식으로 수로 가운데 통과가 되도록 끼워준 후 외곽틀의 하단에 끼워 넣을겁니다.

 

 

 

 

덕트 하단에 화장품 병입구 구멍크기로 구멍을 뚫어줍니다. 이제 장판으로 만든 수로와 화장품 병 입구를 여기에 넣어주면 됩니다.

 

 

 

 

 

화장품 입구를 안쪽에서 넣어주고 병뚜껑을 닫아주면 고정 끝~!

 

 

 

 

이런 식으로 수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갤러리창으로 들이친 빗물이 비닐을 타고 수로에 모이면 중앙 하부의 배수구를 통해 흘러내려가게 됩니다. 샤워기로 뿌려보니 아주 잘 내려갑니다..ㅎㅎ

 

 

 

 

여기 상판 안쪽에 붙힌 것은 역시 다이소에서 파는 책상 모서리보호패드인데요 갤러리창 개폐용으로 뚫은 긴 홈 사이로 해충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칼집을 내서 개폐손잡이에 연결된 끈만 겨우 통과할 수 있고 끈이 지나다녀도 복원력이 좋아서 해충이 지나갈 틈이 없지요.

 

 

 

 

덕트 하단에 경첩을 붙여서 갤러리창에 고정을 해줍니다.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경첩 4개로 지지했습니다. 이렇게 경첩으로 연결하면 나중에 열고 닫을 수 있어서 내부의 비닐 등이 훼손되도 유지보수 하기가 용이하죠.. 이 치밀함.. -.-

 

 

 

 

덕트연결 후 시험삼아 개폐손잡이가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봤는데 안되네요. 끈으로 레버를 통해 여닫기 위해서는 상당히 넓은 가동범위와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완전 판단미스네요. 어쩔 수 없이 끈이 아니라 막대같은 것을 연결해야 힘을 받아서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고 방식을 바꿉니다.

 

 

 

 

 

레버를 만들기 위해 역시 다이소에서 구매한 만두피 빚을 때 쓰는 홍두깨를 준비했습니다.(다이소가 아니면 이런거 만들 상상도 못했을 듯...)

 

 

 

 

 

홍두깨를 적당한 손잡이 길이로 잘라서 두개를 맞붙이려고 합니다. 나사로 연결하기 위해서 바이스에 물려서 구멍을 내고 나사가 통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한쪽엔 가시너트를 박고 한쪽엔 나사를 넣어 서로 연결합니다. 가시너트는 목재에 나사구멍 크기로 구멍을 내고 망치로 박아서 나사와 고정시키는 방식의 너트인데 굳이 힘들게 왜 이렇게 했나 생각이 드네요. 오른쪽 사진 나무의 큰 구멍으로 너트가 들어가서 왼쪽 사진의 가시너트와 맞물리는거지요.

 

 

 

 

손잡이가 완성된 모습입니다.. 빨간색으로 칠하길 잘한 듯 합니다. 갤러리창 개폐손잡이를 연장해주는 재료로는 역시나 뻔한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천원짜리 알루미늄자를 선택했습니다. 갤러리창 개폐손잡이와의 연결은 케이블타이로 고정했어요..

 

 

 

 

덕트 상단은 사진과 같은 잠금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저 부속이름은 뭔지 까먹었네요. 오도시의 일종인가? 암튼 붉은 버튼을 누르면 철심이 아래로 자동으로 내려가서 잠금이 해제됩니다. 잠글 때는 철심을 위로 올리면 되구요. 개당 2천원 정도 하네요. 양쪽에 하나씩 달아줬습니다.

 

 

 

 

처음부터 배기통로를 길게 하지 않은 이유는 실외기와 덕트사이의 거리가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변적으로 조절을 할수 있게 하기 위해 별도의 연장통로를 만들어 줬습니다. 자르고 글루건과 순간접착제로 조립하면 끝이네요.

 

 

 

 

덕트 배기구에 연장통로를 연결해주고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다이소표 문풍지로 마감을 해줍니다. 문풍지로 마감을 하면 실외기와 배기구 사이로 흘러나가는 열기가 조금이라도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열고 닫을 수도 있구요. 별로 열 일은 없겠습니다만 벌레들 때문에 배수로가 막히면 청소하기 위해서 정도...? 그리고 갤러리창에 맞닿는 외곽틀에도 문풍지를 덧대서 해충과 열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드디어 실외기를 밀착시켜서 연결하고 완성된 모습입니다. 베란다의 풍경과 잘어울리네요.. ㅎ..

자화자찬이지만 마치 베란다에 원래 설치되어 있던 제품이었던 것처럼.. ㅋㅋ

 

 

처음에는 만들면서도 이게 뭔짓인가 싶다가도 완성하고나니 하길 잘한 듯 싶습니다.
설치 후 효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1) 실외기 송풍차단(제 생각엔 약 97%이상^^)으로 장시간 사용시에도 발코니 온도 거의 상승없음(2시간 실외기 풀가동 테스트)
2) 내부에 자체 방충망 설치로 기존 방충망 이동 불필요
3) 유지보수를 위해 덕트자체를 열고 닫을 수 있음
4)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갤러리창으로 유입되는 빗물에 대한 기본방수 및 빗물배출기능
5) 갤러리창 개폐손잡이를 덕트외부로 연결하여 정상적인 개폐가능
6) 실외기 작동시 소음감소(기존대비 약 -5dB)
7) 흰색으로 하이샤시와 깔맞춤을 반영한 미약한 인테리어(?) 효과


단점은 베란다가 덕트 튀어나온만큼 활용공간이 줄어든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송풍은 거의 완벽히 막을 수는 있지만 실외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은 어쩔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건 온도편차가 크지 않아 현재로서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 보기싫은 에어콘 실외기 궁둥이와 받침대를 가릴 커버를 또 어떻게 만들어야될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상 에어컨 실외기 실내용 덕트 제작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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